흰 - 한강 (문학동네, 2016) 서평

이 책은 '흰' 사물에 대한 일련의 짧은 메모로 엮여 있다.

세상의 작고 연약한 것들에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그녀의 언니, 흰 개 등) 대해 애도하는 마음이 담긴 책으로 읽혔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폴란드를 떠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 의해 흰 잿더미로 변한 폴란드의 도시 '바르샤바'는 현재 모두 재건되었으나, 오래도록 시민들에 의해 기려지고 애도되고 있었다. 그녀는 그즈음에 '흰' 것을 주제로 환부에 바를 '흰' 연고와 같은 무언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흰 것에 대해 주욱 써 내려가고, 그것들은 슬픔이라는 색으로 연결된다.

지금까지 한강 작가의 책을 3권 정도 읽게 되었는데, 보통 독서 중과 독서 후며칠 동안은은 몸이 쓰라리고 아리거나,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하는 경험을 했다. 그녀의 책으로 하여금 인간에 (나를 포함하여) 대한 혐오, 혹은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내가 그 감정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꺼내 들지 못하는 책이다.

저 먼 심연으로 굽어 들어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며칠을 우울하게 살 수 있다) 고민을 하다가도, 왜 인지 한강 작가의 책에 자꾸만 손이 간다. 약간은 염세주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로서 그녀의 책에서 무언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일종의 연결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