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구워 먹는 계란 후라이는 맛있는데, 마음은 왜이렇게 불안할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밤. 한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 옆으로 누워,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정처없이 길면 10분 짧으면 1분짜리 영상을 끊임 없이 봤다.
유리창문에 비친 바깥세상은 이미 어두워진지 한참되었다. 벌써 깊은 새벽이 온 것이다. 우울한 기분과 불분명한 불안감이 내 안에서 점차 커져만 간다.  

어제 화이자 백신접종을 받은 후, 오늘 병가로 회사를 쉬었다. 그런데 그만 오후 4시에 일어났다. 그 전날 새벽 4시에 잤으니 총 12시간을 잔 것이다. 백신 부작용을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던데, 이게  과한 수면으로 이어진 것 같기도 하다 -_-?

내일 출근을 해야한다. 그런데 몸서리가 나도록 출근하기가 싫다.

내일 출근하면 어김없이 낯선이의 전화를 받고, 전화 안내를 잘 마치기 위해서 긴장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헤드셋을 통해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 고객은 짧은 인사후에 문의내용을 말한다.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울변을 토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10개월 정도 고객지원팀에서 일했지만, 늘 긴장한 채로 전화를 받는다. 고객의 문의를 들을 때는 늘 귀 기울여 듣고, 필수로 공감의 리액션이 빠져서는 안된다. 컴퓨터 메모장을 키고, 고객이 문제상황을 토로하는 동안 그 내용을 영어로 기록한다. (전화를 마친 후에 상담기록을 영어로 기록해 놔야 해서, 미리 초안을 쓰는 것이다. 고객 문의내용이 많거나 복잡할때는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대충 한글로 적는다. ) 문의사항 접수후, 문제 확인을 위해 전산 시스템에 기록된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다. 나같은 경우는 관련된 내용은 왠만하면 다 확인한다. 문의내용과 관련된 서류 제출 기록, 타부서에서 만들어 놓은 open ticket 이 있는지, 오늘자로 시스템 문제가 보고된게 있는지 등등… 전산시스템의 내용을 확인한 후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회사 지식 클라우드에 (회사 서비스에 대한 모든 설명 및 각종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 타부서 이관 방법 등등이 등록되어있는 내부 플랫폼이다.)접속해서 관련 가이드를 꼼꼼히 살핀다. 가이드에 없거나, 불확실한 내용은 지식 전문가 (우리 회사 각 부서마다 있는 팀이다. 모르는 내용이 있을때 채팅을 열고 지식전문가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솔루션을 주거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뉴비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팀이다.)에게 채팅으로 물어본다. 뭔가 의심쩍은 (지식전문가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문제를 잘 못 이해했을때) 솔루션을 받았을때는, 장기간의 채팅을 예상한다… 포기하지 않고 부족한 영어로 계~속 물어본다. 마침내 10분정도 안에 좋은 답변을 받는다. 오랜 조사시간에 대해 고객에게 사과하고, 상위부서와 내용확인 후에 콜백 드리겠다고 약속드린다. 만약 지식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답변을 줄 수 있을 때는 머리속으로 고객에게 말해줄 답변을 한번 정리한 후에 고객에게 신속하게 돌아가 안내를 해준다. 전화는 보통 5분정도 안에 끝나야한다. (문의 듣기 + 문의해결해주기) 전화상담 후에는, 2분정도 안에 상담내용을 영어로 기록해서 전산시스템에 저장해놓는다. 고객에게 진행상황에 대해 안내 이메일을 보내거나, 타부서로의 이관이 필요하면 요청사항까지 함께 기록해서 상담내용을 저장한다. 이것도 최대한 빨리 5분정도 안에 끝낼 수 있도록한다. 얼른 끝내고 다시 전화를 받기 위해 대기상태로 돌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두서 없이 내가 하고있는 업무 루틴을 적었다. 업무내용에 대해 글로 정리하기만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몸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기분도 안 좋아졌다. 그런데 이름 모를 불안감은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보통 불안감이 느껴질 때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나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하던데. 일단 확실한 건 글을 쓰는데 짜증나는 기분은 더 커졌다.… ㅎㅎ

사실 새벽 2시쯤 까지,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소파에 드러누워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을때 슬슬 배고픔이 찾아온다. 뭘 시켜먹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만들어 먹기도 귀찮고, 간식거리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보통 계란후라이를 2개정도 구워 먹는다.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왠지 계란 후라이를 먹으면 맛있기도 하고 예쁜 색감 (흰자, 동그랗고 귀여운 노른자) 조합때문에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이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아직까지 씻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얼른 가서 대충 세수를 해야한다. 이 때 샤워는 사치다. 샤워라도 하려고 하면, 스스로 너무 귀찮고 부담스러워서 화장도 안지우고 그냥 자버릴 수 도 있다. 때문에 간단하게 세수만 해준다.

세수를 하고 나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그럴때는 유튜브에 책읽어주는 채널이나 마음안정 asmr채널을 찾는다. 일단 틀어놓고 멍을 때린다. 글을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일기라도 써서 마음에 쌓인 이름 모를 감정들을 토해내고 싶어진다.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요새는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조금씩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한테 실험해보는 것 같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감정적으로 나는 왜이럴까, 왜 무기력할까 자책하지 않고. 그냥 이런 기분이 들때는 내가 또 불안하구나 인정한 후에, 어떻게 했을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나 고민해보는게 더 생산적이긴 한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아이패드 화면의 상단에는 ‘오전 3:36’이 적혀 있다.

어서 자야 한다는 표시등이다…

이제 어서 자야지 ^_^ 다들 굳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