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와 나답다

'아름'의 어원은 '나',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은 나 다운 것이라고 한다.

나를 언제쯤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타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을 바라고, 그 아름다움에 목말라했던 시간들로 내 20대는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답을 찾을 수 없어서 지루하고, 지겹고, 지독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다운 게 아름다운 것이라니.
마치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처럼. 이미 나한테 아름다움이 있다는 뜻인가?

세상에 많은 진리와 이치가 결국에 내 안의 것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부처는 내 안에 계신 달지.. 하나님은 이미 나와 함께 하신 달지..), 이 말도 그러한 걸까?

이 말과 관련해서, 내가 살면서 겪어보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내 시선을 늘 타인을 향해 두면, 나의 부족한 면이 자꾸 눈에 들어오지만.

내 시선을 내 안에 두면, 그냥 그 자체로 흡족하다. 이럴 때 그 순간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넘쳐흘러서 만족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따뜻하고 흐뭇한 그런 느낌이다. 그 기분은 몹시 좋다.

너무 바쁜 일에 치여, 미처 하지 못하고 미뤄둔 설거지를 하고 빈 싱크대를 볼 때. 꾸역꾸역 쌓인 쓰레기들을  맘먹고 분리수거한 후에, 비워진 쓰레기통을 볼 때. 세탁하고 일광건조 시킨 이불속에 쏙 들어가 핸드폰 할 때.

마룻바닥에 누워서 종이 캔버스 한 장 펴고,  눈에 들어오는 물감하나 짜서 맘대로 붓 질할 때.
막 떠오르는 생각을 블로그나 일기장에 휘갈겨 쓸 때.

그때 흡족한 느낌이 든다.

바깥세상에 폭풍우가 내리칠때, 누군가에게 그 세상은 지옥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그저 고요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보이기도 한다.